지하철을 탄 아줌마는 자리에 앉자마자 나를 읽기 시작했어. 나는 아줌마한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잠자코 있었어. 아줌마가 내 마음을 알아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아줌마가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동안 가방 속에 갇혀 있었지만 답답한 줄도 몰랐어. 아줌마가 집으로 들어서는데 털북숭이 개가 달려나와서 꼬리를 흔들고 겅중겅중 뛰고 야단났어. 얼마나 수선스러운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뭉치야, 그만! 하얀이는 뭐 하니? 엄마가 왔는데 내다보지도 않고. 엄마, 지금 보노보노 한단 말이야. 조용히 좀 해. 또 텔레비전 만화 보니? 눈 나빠지려고 바싹 붙어 앉은 것 좀 봐. 하얀이라는 아이는 엄마가 뭐라 해도 텔레비전 앞에서 꼼짝도 안 해. 하얀아, 이 책 좀 봐. 엄마가 읽어 봤는데 아주 재미있어. 아줌마가 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어. 하얀아, 안녕? 나는 책이야. 내가 눈인사를 했는데 쳐다보지도 않아. 자기 집에 손님이 왔는데 인사도 할 줄 모르다니! 나는 멀거니 앉아서 하얀이가 텔레비전 보는 걸 바라보았어. 우스운 이야기는 인기가 좋다던데 나는 이게 뭐람. 말 한 마디도 못 붙여 보고……. -본문중에서 나는 책이야는 책이 들려 주는 책 이야기입니다. 책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책 속에 들어 있는 액자 이야기 네 점이 담겨 있습니다. 나는 책이야의 주인공은 나는 책이야라는 제목의 책입니다.도서관에 있는 나는 책이야 옆 칸에는 인기 만점인 우스운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대출 중이어서 자리에 있는 시간도 별로 없지요. 단 한 번만이라도 우스운 이야기처럼 대출이 되어 보는 것이 소원이던 나는 책이야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한 어주머니의 품에 안겨 도착한 곳은 하얀이네 집.

김향이( 저자)

전북 임실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1991년 현대아동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을 썼고, 1991년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1994년 「달님은 알지요」로 삼성문학상을 받았으며, 1997년 대산문화재단 창작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달님은 알지요」,「몽실이와 이빨 천사」,「흰머리산 하늘연못」,「우리 집 보물」,「비밀이야」,「쌀뱅이를 아시나요」,「촌뜨기 돌배」,「나답게와 나고은」들이 있습니다.

김유대( 삽화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경원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였고, 한국출판미술대전 특별상(1997)과 계몽사 주최 서울 일러스트 공모전 대상(1997)을 수상하였습니다. 『삐노끼오의 모험』, 『학교에 간 개돌이』, 『장수와 조랑순이』, 『시튼 동물기』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현재 경원대학교 차세대 디자인정보센터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나는 책이야 개똥벌레 이야기 비닐 봉지 미끈이 이야기 늘푸른숲 멧돼지 이야기 꽃씨를 품은 면장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