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랗게 느린 하얀 턱수염과 담배 니코틴으로 붉게 물들여진 콧수염을 기른 어떤 자그마한 노인이 병영(兵營) 문 앞을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엾은 아버지는 장군의 아들-마누엘ㆍ사빠따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여러 번 부탁해서야 마지못해 나온 아들은 초라한 모습의 아버지를 보자 화를 낸다. 그러나 고목나무 토막처럼 산산히 부서진 아버지의 얼굴 가죽에는 부정(父精)의 미소가 어릿어릿 스쳐갔고 환희에 찬 목소리는 사뭇 떨려 나왔다. 아들을 몸보신 시키려고 가지고 왔던 닭, 아버지의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책으로 편집부( 편집자)

1.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