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꽃은 처음 어떻게 세상에 나왔을까. 아버지가 오래 병들어 누워있는 한 소녀는 꿈에 나타난 산신령의 말을 듣고 추운 겨울 희망산 깊은 곳으로 살꽃을 찾으러 떠난다. 그러나 아무리 들어가도 꽃은 보이지 않는다. 이윽고 깊은 골짜기에서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그 소년은 소녀에게 “살고 싶거든 어서 이 골짜기를 벗어나”라고 말하지만 소녀는 자기가 먹으려고 남겨두었던 음식을 소년에게 먹이고, 입은 옷도 벗어 소년의 헐벗은 몸을 가려준다. 큰소리 내지 않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말 조금씩 바뀌어 가지만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 상상도 못하실걸요.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숨어 있습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누런 종이가 장판 느낌이 나는데 정말 장판 종이에다 그린 거래요. 그림은「내 짝궁 최영대」에서 감동적인 그림을 보여주었던 정순희씨가 그렸어요. 글만큼이나 소박하고 정감어린 그림을 만날 수 있답니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작은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돌과 풀씨가 만나서 이야기하고, 올빼미와 백일홍이 서로 아픔을 나누기도 하지요. 또 아주 깊은 산 속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는 어떻구요.

이현주( 저자)

1944년 충북 충주 출생.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했다. 동화작가이며 목사인 이현주는 모든 것에 자신을 활짝 열어둔 채 사랑을 배우며 사랑 그 자체이길 희망한다. 그는 '좋은 것일수록 나누는 데 힘쓰랴'는 옛 어른의 가르침을 존중해 '李아무개'란 이름으로 좋은 글들을 번역해 연이 닿는 이들과 맘껏 나눠 읽는다. 종교가 뭐냐, 교파가 어디냐 물으면 '울타리 없는 집에 산 지 이미 오래된 사람한테 언제 담을 넘었느냐고 묻는 거냐' 고 한마디 한다.

그는 종교만이 아니라 살아 있음과 그렇지 않음의 한계도 넘나들어 사물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저서로 <날개 달린 아가씨> <아기 도깨비와 오토 제국> <소가 된 게으름뱅이> <독수리 날개 하느님> 등이 있다.

정순희( 삽화가)

경상도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대전에서 딸아이를 키우며 좋은 그림책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바람 부는 날』 『내 짝꿍 최영대』 등이 있습니다

나비와 달님
미운 돌멩이
하늘에 오르려고
물방울의 길
돌과 풀씨
곰과 참새
올빼미와 백일홍
곰의 웃음
와르르 나라 사람들
너 때문이야
비누방울
아이와 자전거
아버지
살꽃 이야기
종지기 아저씨와 닭